PART V · 첫 번째 방 · 관측천문학과 생명
외계행성 사냥 — 별빛의 미세한
깜빡임으로 보이지 않는 행성을 찾다
밤하늘의 별 하나하나가 저마다 행성을 거느린 태양이라면 어떨까요? 우리는 그 행성을 직접 볼 수 없습니다. 너무 어둡고, 별빛에 파묻혀 있으니까요. 그런데도 지난 30년간 5,000개가 넘는 외계행성이 발견됐습니다. 비결은 행성 자체가 아니라, 행성이 별에 남기는 아주 미세한 흔적을 읽는 것입니다.
§1태양계 밖에도 행성이 있다
20세기 내내 우리가 아는 행성은 태양계의 여덟 개뿐이었습니다. 다른 별에도 행성이 있으리라 짐작은 했지만, 증거가 없었죠. 그러다 1995년, 스위스 천문학자 미셸 마요르와 디디에 쿠엘로가 페가수스자리 51번 별을 도는 행성 51 Pegasi b를 발견합니다 — 태양 같은 별을 도는 최초의 확인된 외계행성(exoplanet)이었습니다. 목성만 한 거대 가스행성이 별에 바짝 붙어 나흘 만에 한 바퀴를 도는, 태양계에는 없는 뜻밖의 모습이었죠.
§2첫 번째 사냥법 — 트랜싯(통과)
행성이 우리 시선 방향에서 별 앞을 가로질러 지나가면, 별빛의 일부가 잠깐 가려져 별이 아주 살짝 어두워집니다. 이 미세한 밝기 감소를 시간에 따라 그린 것이 광도곡선(light curve)이고, 행성이 지날 때마다 곡선에 U자 모양의 "딥(dip)"이 규칙적으로 나타납니다. 지구만 한 행성이 태양 앞을 지날 때 별빛은 겨우 0.01%가량 어두워집니다 — 그 미세한 깜빡임을 잡아내는 것이 트랜싯 방법입니다. 딥이 얼마나 깊은가는 행성이 별에 비해 얼마나 큰지를, 딥이 얼마 간격으로 반복되는가는 공전 주기를 알려줍니다.
§3두 번째 사냥법 — 시선속도(도플러)
행성이 별을 도는 것이 아니라, 사실 별과 행성이 공통의 질량중심을 함께 돕니다. 무거운 별은 아주 조금, 그러나 분명히 흔들리죠. 별이 우리 쪽으로 다가올 때는 별빛 스펙트럼이 짧은 파장 쪽(청색편이)으로, 멀어질 때는 긴 파장 쪽(적색편이)으로 주기적으로 밀립니다. 이 흔들림의 속도(시선속도)가 그리는 사인파의 크기로 행성의 최소 질량을 추정합니다. 51 Pegasi b도 바로 이 방법으로 발견됐습니다. 트랜싯이 행성의 크기를 준다면, 시선속도는 행성의 질량을 줍니다 — 둘을 합치면 밀도, 즉 바위인지 가스인지까지 알 수 있죠.
§4생명이 살 만한 곳, 그리고 대기를 읽다
발견된 행성이 별에서 물이 액체로 존재할 만큼 적당히 따뜻한 거리 —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거주가능 영역(habitable zone) — 에 있다면 특히 주목받습니다. 케플러 망원경(2009)과 TESS(2018)는 수많은 별을 동시에 감시하며 트랜싯으로 5,000개가 넘는 행성을 찾아냈습니다. 나아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은 트랜싯 순간 행성 대기를 통과한 별빛을 스펙트럼으로 분해해, 그 대기에 어떤 분자(물·이산화탄소 등)가 있는지 읽어냅니다. 만약 생명 활동으로만 설명되는 기체 조합(바이오시그니처)이 발견된다면 역사적 사건이 되겠지만 — 아직 그런 확정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행성 대부분은 사진으로 직접 본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관측한 것은 행성이 별에 남긴 간접 증거 — 별빛의 미세한 깜빡임(트랜싯)이나 흔들림(도플러)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그 그림자로 알아낸다"는 점에서, 외계행성 사냥은 천문학이 얼마나 정교해졌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핵심 정리
- 외계행성 = 태양계 밖, 다른 별을 도는 행성 (1995년 51 Pegasi b가 첫 확인)
- 트랜싯: 행성이 별 앞을 지날 때의 미세한 밝기 감소(광도곡선의 딥) → 행성 크기·주기
- 시선속도(도플러): 별의 흔들림에 따른 청색·적색편이 → 행성 최소 질량
- 거주가능 영역: 물이 액체로 존재할 만큼 적당히 따뜻한 궤도 구간
- 케플러·TESS로 5,000개 이상 확인, JWST가 대기 분광으로 바이오시그니처 탐색 (생명 발견은 아직)
- 1995
- 마요르·쿠엘로, 페가수스자리 51 b 발견 — 태양형 별의 첫 외계행성 (2019 노벨물리학상)
- 2009
- 케플러 우주망원경 발사 — 트랜싯으로 수천 개 행성 후보를 무더기로 발견
- 2018
- TESS 발사 — 하늘 전역의 밝고 가까운 별을 훑으며 트랜싯 행성 탐색
- 2022~
-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외계행성 대기 분광 관측 시작 (물·CO₂ 등 검출)